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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스턴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연이은 아트 영화의 흥행으로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떠났던 2030 관객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 아트 영화의 주요 관객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1990년대 1세대 씨네필과 다르게 검증된 영화제 수상작을 찾아 감상하는 등 문화적 트렌드를 쫓기 위한 문화 소비 활동으로서 아트 영화에 접근한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미드소마> 같은 굵직한 아트 영화 제작사인 미국의 A24는 SNS와 숏폼을 통해 바이럴 가능한 아이코닉한 장면과 명확한 장르적 컨셉과 색채를 지닌 영화들을 제작한다. 또한 굿즈 스토어, 전용 멤버십인 AAA24 서비스 운영 등 독창적인 브랜딩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화 <서브스턴스>가 2월 23일 기준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재작년에 개봉해 역대급 흥행몰이에 성공한 <괴물>의 관객 수 53만 6,300명은 너끈히 넘길 거라는 게 영화 업계의 시각이다. 예술 영화에서 관객 수 10만 명은 상업 영화의 천만 관객에 비한다. 코로나19 이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손에 꼽히는 상황에서 유독 국내 아트 영화의 선전이 심상치 않다. 작년에 개봉한 아우슈비츠와 악의 평범성을 다룬 문제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국내 관객 총 20만 명 이상을 모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국내 배급사인 찬란이 실험 영화에 가까운 작품의 난해함을 고려해 당초 5만 관객을 목표로 삼았던 걸 생각해 보면 이례적인 흥행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가여운 것들>, <추락의 해부> 모두 국내 관객 수 10만 이상을 모음으로써 여전히 극장을 떠나지 않은 관객의 저력이 드러났다. 아니 어쩌면 관객은 한 번도 극장을 떠났던 적이 없고 그저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재밌는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OTT가 콘텐츠 관람의 주요 수단으로 떠오른 오늘날, 극장에 가 영화를 본다는 건 점차 과거의 무엇이 되어간다. 조그마한 핸드폰이나 태블릿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게 시네마를 지키려는 이들에게는 못마땅한 관람 행태가 될 수는 있어도 구독료만 내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속도로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그래서일까? 감독들이 언론 인터뷰 때 단골처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OT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상할 수 있을 만큼 성공한 감독 대다수는 자신의 영화가 개봉 직후 OTT에 스트리밍되거나 OTT로 소비되는 데 거부감을 표한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은 <다크나이트>를 포함해 일명 배트맨 시리즈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등 20년간 함께한 워너미디어와 결별까지 선택하며 자신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길 원했다. 최근 <미키17>과 함께 다시 극장가로 돌아온 봉준호도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극장만이 지닌 힘이 있다며 “거대한 스크린 앞에 모여서 같이 울고 웃는 느낌이 있다. 아무리 스트리밍과 여러 매체가 발전해도 (극장은)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거장들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냉혹하다. 지난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관객 1명이 실제로 낸 돈은 9천 원대로 하락했다. 영화 티켓값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정작 관객이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하락한다. 극장은 연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 영화·영상 산업에서 OTT가 차지하는 비중은 62.2%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업 영화가 냉혹기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아트 영화는 붐이다. 혹자는 1990년대 씨네필이 극장가를 점령하던 시네마 황금기가 돌아온 것만 같다고도 한다. 1990년대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시대이다. 1995년 영화 주간지 <씨네21>과 월간지 <키노>가 함께 창간됐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Andrei Tarkovsky)의 유작 <희생>이 서울에서만 1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참고로 타르콥스키의 작품은 난해하기로 유명한데 베를린 영화제도 이런 현상에 주목하며 한국에는 영화에 열광하는 젊은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영화 산업의 전망도 밝다고 기술할 정도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영화는 국내 문화 소비의 중심에 놓여 있었으며 지상파 텔레비전에서 신작 영화나 고전 영화를 해설하는 영화 관련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지식인과 대중 모두가 좋아한 매체였다. 그야말로 씨네필이 대중이고 대중이 씨네필이던 시대이다. 지금의 아트 영화 붐은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극장의 한 줄기 희망처럼 떠오르고 있다. 영화 수입사 엣나인필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예술 영화 쪽도 잘될 영화는 잘되고, 안 될 영화는 안 되는 양극화 현상이 생겼지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흥행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아트 영화를 보고 즐기는가. 그것도 극장에서 말이다.
극장으로 돌아온 2030 관객 : 시네마적 체험을 찾아
아트 영화는 고상한 시니어의 취향이라는 오해와 달리 답은 의외로 명확했다. 바로 2030 젊은 관객들이다. CGV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흥행에 성공한 아트 영화의 2030 관객 비중은 60%가 넘으며 영진위에서도 젊은 관객층이 아트 영화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떠났던 1020 관객이 돌아오기 시작한 반면 3040 관객은 한동안 극장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을 다시금 불러 모은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Hirokazu Kore-eda) 감독의 <괴물>이다. <괴물>을 기점으로 30대 관객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그 파이가 40%까지 올라갔다. <서브스턴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젊은 여성 관객의 폭발적인 지지와 공감을 얻으며 50만이라는 고지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아트 영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생활로 자리매김하며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고 한다. 힙한 전시와 재즈 페스티벌에 가고 화제의 디저트 가게를 찾아가듯 아트 영화 또한 일종의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는” 독특하고 힙한 트렌드로서 젊은 관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1990년대 씨네필이 시네마란 매체 자체를 사랑해 종교적인 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극장을 신성시하게 여기며 영화란 매체 그 자체에 필(phile, 프랑스어 접미사로 사랑한다를 뜻한다), 즉 광적인 팬심을 보여줬다면 오늘날 아트 영화를 찾는 관객이 영화를 대하는 톤은 좀 더 가볍다. 그렇다고 90년대 씨네필보다 영화를 덜 사랑해서는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뒤지지 않더라도 그때와 달리 오늘날 영화 티켓값이 월등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비싼 값을 투자한 만큼 작품성과 재미가 검증된 작품을 보고자 한다. OTT가 있는 상황에서 한 티켓에 평균 1만 5천 원이나 내야 하는 영화는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마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유명 전시회가 국내에서 열리면 아무리 비싸도 꼭 보러 가듯, 칸 영화제나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믿기에 오히려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보러 가는 게 그 속내이다. 특히 이런 아트 영화들은 시네마적 체험을 요하는 작품이 많기에 관객들은 이를 제대로 즐기고자 비싼 돈을 내더라도 극장에 간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소리로 듣는 아우슈비츠의 끔찍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보는” 영화에서 “들리는” 영화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했다.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키17>, <검은 수녀들>의 음향 감독이자 미국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최태영 음향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 사운드가 지닌 특별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사운드는 영화 음향의 공식과 틀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영화엔 아우슈비츠수용소 내부의 풍경이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오직 소리로 지옥도를 묘사해 낸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음향은 호러영화와 궤를 같이한다.
– 음향감독 최태영
관객들은 이를 위해 돌비 아트모스 등 고사양 음향 시스템이 갖춰진 영화관에 찾아가 영화를 관람하는 등 시네마적 체험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거장들의 바람과 달리 관객이 집단 관람을 체험하고자 극장에 가는 게 아니라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만 골라 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 SNS에 영화의 각종 패러디와 관람평을 공유하며 하나의 밈(meme)으로 소비하는 문화 또한 젊은 층의 아트 영화 관람을 끌어당긴다. 최근 <서브스턴스>를 패러디한 <유미스턴스>로 유튜브 조회수 70만의 화제를 모은 개그우먼 강유미의 유튜브 콘텐츠가 대표적인 예다. 이렇듯 아트 영화 중 밈이 되기에 컨셉이 확실한 영화는 SNS에서 순식간에 바이럴되며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린다. 과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특유의 몽환적인 분홍빛 색감과 1.85:1 특이한 화면비로 SNS에 각종 패러디를 양산한 것처럼 상업 영화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니치한 스타일과 컨셉으로 승부를 보는 아트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다.
밀레니얼을 호명한 한 인디 스튜디오의 전략 : A24
이 시류를 적극 읽어내 아예 아트 영화를 즐겨보는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삼은 영화 제작사도 있다. 미국의 A24이다. <미드소마>, <패스트 라이브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미나리>,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근 몇 년간 오스카를 비롯해 평단과 팬들의 찬사를 받은 굵직한 영화를 제작한 곳이다. 김혜리 기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 인디 스튜디오는 “젊은 층이 접근하기 쉽고 감독과 작가의 비전과 장르 관습이 절충되어 있으며 개봉 후 온라인에서 자칭 영화광들의 해석 경쟁을 일으키고 프로덕션 디자인이 강렬한 표현주의적 영화들을 주 라인업으로 하고 있다.”
A24는 기존의 영화 제작사와 다르게 기존 레거시 미디어 광고를 포기하고 비용이 적지만 아이디어가 중요한 디지털 플랫폼에 집중한다. 자사 영화를 볼만한 밀레니얼 관객을 겨냥해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젊은 씨네필에게 어필한다. <엑스 마키나>를 영화제에서 공개하며 주인공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 Alicia Vikander) 캐릭터로 설정된 틴더 챗봇을 만들고 <더 위치> 마케팅팀은 캐릭터별로 트위터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그중 염소 블랙 필립의 계정이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단순 영화 제작사인데도 A24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289.7만 명으로 아마존프라임(52만 명), 훌루(219.9만 명)보다 높은 수를 기록했다. A24가 지향하는 마케팅 전략은 숏폼에 최적화된 재미와 확산이다. 영화 속 아이코닉한 장면을 마케팅 콘텐츠로 제작해 사람들이 공유하고 즐기며 바이럴이 되게 한다. <미드소마> 속 꽃 옷을 입은 배우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의 모습,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가짜 눈알을 이마에 붙인 양자경의 모습 등 다시금 김혜리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A24는 어쩌면 제작할 영화를 고르는 그 순간부터 아이코닉한 장면으로 기능할 영화를 지닌 영화를 고르는 것”일 수도 있다.
밀레니얼은 이렇듯 컨셉추얼하고 뇌리에 단번에 박히는 A24 영화에 열광한다. 비록 A24가 제작하지 않았지만 바디 호러 이미지를 끝까지 밀어붙인 <서브스턴스>의 성공도 비슷한 궤이다. A24는 더 나아가 밀레니얼이 좋아할 만한 영화 굿즈까지 만들어낸다. A24 굿즈 스토어에 가면 영화 각본집, 블루레이 DVD는 물론 A24 로고가 박힌 티셔츠, 비니 모자 등을 팔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브루탈리스트>를 예로 들자면 영화 속 주인공인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Adrien Brody)가 설계하는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 미니어처를 아예 굿즈로 냈다. 단순히 티셔츠나 모자에 로고를 박는 게 아닌, 팬이 좋아할 만한 굿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감각을 보여준다. 더불어 A24는 월 9.99달러의 전용 멤버십인 AAA24 서비스를 운영하며 매달 무료 영화 티켓 한 장, 비하인드 더 씬, 감독 해설 같은 독점 콘텐츠 제공, 한정판 굿즈 구입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정리하자면 A24는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그 독창성에 감응할 수 있는 팬덤을 구축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SNS 마케팅 전략으로 밀레니얼에 최적화된 브랜딩을 보여준다.


양극화의 극단에 내몰리는 국내 영화
그러나 이런 아트 영화의 선전이 마냥 반갑다고만은 할 수만은 없다. 최근 상업 영화에서의 흐름처럼 아트 영화 내에서도 흥행 쏠림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하거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는 흥행몰이에 성공하지만 한국 독립영화는 평론가 사이에서 호평을 받아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일례로 드라마 <D.P.>에 나온 배우 조현철이 연출한 영화 <너와 나>는 실제 관람객의 호평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4만 관객을 채 넘기지 못했다. 업계에선 이마저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2024년 씨네21 한국 영화 10선 안에 꼽힌 <장손>(3.3만), <막걸리가 알려줄거야>(1.2만), <미망>(1만) 등도 작품성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당연히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가 투자한 해외 아트 영화와 국내 독립 영화를 기계적으로 비교할 수만은 없다. 예산 규모부터 홍보하는 스케일까지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이다. 관객의 눈은 더욱 높아져만 가는데 국내 독립(때론 상업) 영화가 그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관객은 국내 영화를 더 찾지 않고 그 악순환이 반복된다.
때로는 한국 독립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관객이 만날 수 있는 독립영화는 대체로 주류 영화학교의 졸업 작품이거나 상업 작품 연출 이전의 관문처럼 여겨져 자생적인 제작 시스템이 자리 잡기 어렵다.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히 자기 작품을 만드는 작가나 감독이 나오지 않게 되면 관객이 지속적으로 한국 독립영화를 볼 이유가 없어진다. 올해 5관왕을 차지하며 아카데미를 휩쓴 <아노라>의 션 베이커(Sean Baker)는 그간 초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어오며 성 노동자란 한 우물을 파온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가 작가로서 색채를 잃지 않았던 건 선댄스 영화제를 중심으로, 단단한 미국 독립영화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영화관 부과금을 두 달 만에 부활시킨 일은 한국 영화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단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됐다. 작년 12월 10일 탄핵 국면 중 영화관 부과금 정책이 갑작스레 폐지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부과금 폐지가 현재 영화 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더욱 가중할 우려가 있기에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징수 규정을 다시 신설해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작년에 정부는 그림자 세금을 정비하겠다며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제도를 폐지했다. 그림자 세금은 조세가 아님에도 국민에게 강제로 지게 하는 모든 금전적 부담을 뜻한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은 2007년부터 시행된 정책으로 영화표를 살 때마다 입장권 가격에 3%씩 붙여 징수해 온 부과금이다. 해당 부과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주요 사업비 재원인 영화발전기금에 편성되어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예산으로 활용됐다. 부과금이 폐지된다면 이미 불황인 국내 영화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었다.
어렵사리 부활한 이 정책이 폐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면 차후 한국 영화의 미래를 담보할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나 할리우드와 맞서 한국 영화만의 다양성, 질적 성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관객은 영화가 싫어서 극장을 떠난 게 아니라 “굳이 극장까지 찾아가” 볼 영화가 없기 때문에 극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해외발 아트 영화의 선전이 이를 증명한다. 아무리 OTT 전성시대라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극장이 필요하다. 이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강성 시네마 주의자의 주장이 아니다. 함께 관람하며 때론 내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쿡쿡 터지는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시원하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 모든 일,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함께 출구를 빠져나오며 관람평을 엿 들어보기도 하며 다시 곱씹어보는 그 모든 과정이 영화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2시간 남짓 상영 후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함께 보고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때 비로소 다시 돌아와 우리 안에서 계속 재생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영화가 꿈꾸는 영화(榮華)이다.